학습주제 : 쉽게 수필 쓰는 법 <김창현>
•고양이 쥐 잡듯이
고양이는 항상 쥐를 노린다. 담을 넘어 쥐의 흔적을 따라가고, 쥐구멍 앞에서 한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만약 우리도 쥐구멍 앞의 고양이처럼 하루 24시간 마음속의 수필 ‘거리’를 찾고, 쥐구멍 앞
의 고양이처럼 신경을 집중하여 거기 매달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양이들이 쥐가 나타나면 앞
발로 나쌔게 후려치듯이, 떠오른 생각을 즉각 메모하는 습관을 지녔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글
감이 없다느니 여행 가서 얻어와야겠다느니 궁색한 소리는 전혀 필요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암탉이 알을 품듯이
좋은 소재를 메모했으면 다음은 암탉이 되어야 한다. 암탉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소중히 알을 품
는다. 그러다 어느 날 알 속에서 삐악삐악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수필도 이와 같다. 마음속에 수필
소재를 사무치게 품고 다니면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 생각이 점점 성숙해 지는 것이다.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잡는 것이 수필이 아니다. 떠올랐다 사라지는 생각을 고양이처럼 집요하게
움켜잡고, 암탉처럼 온 힘으로 마음속에 오래 품어 병아리로 만드는 게 수필이다. 수필 쓸려는 사
람은 이런 크고 작은 알주머니를 속에 줄줄이 달고 있어야 한다. 그 알주머니 속에서 큰놈부터 차
례로 나오는 놈이 수필 ‘초고’이다. 이 초고는 엉성하거나 횡설수설이라도 상관없다. 죽이 되든 밥
이 되든 먼저 초고 한 편을 써놓고 볼 일이다. 그래야 일이 쉽다.
•고등어 다듬듯이
일단 초고가 완성되면, 다음과정은 고등어 다듬듯 하면 된다. 쓸데없는 비늘 벗겨내고, 꼬리, 지
느러미 자르고, 내장 뽑아낸다. 생선으로 구울 것인지 찌개를 만들 것인지 결정한다. 구울 것은 칼
집내고, 소금치고, 어떤 불에 어느 정도 노릇노릇하게 굽는 것이 좋을까 궁리한다. 찌개 거리는 고
추 후추 양념도 준비한다. 간을 어떻게 맞출지도 생각한다. 파도 넣고 생강도 넣어본다. 포도주도
좀 쳐야 잡냄새 없을 것이다. 양념 잘 쳐서 부드럽고 매콤한 요리 만들까, 살짝 쳐서 담백한 맛이
나게 할까, 그것은 각자 맘이다.
•과메기 말리듯이
다음은 과메기 말리듯 기다리는 과정이다. 시간이 약이다. 문장은 항상 며칠 뒤에 보면, 수정하고
추가하고 삭제할 부분이 보인다. 주제가 제대로 전달된 것인지, 전체 배열이 자연스러운지 보아야
한다. 자연스럽지 않은 글은 죽은 글이다.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울어난 글이 좋은 글이다. 글이
길다 싶으면 자르고, 짧다 싶으면 버려야 한다. 우물쭈물 주제 불분명한 글은 그 부분 때문에 글
전체를 죽인다. 옛날 사람들은 글에 능한 것을 ‘좋은 글’로 여긴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을 수 없어
쓴 글을 ‘좋은 글’로 생각했다. 주제 불분명하고 우물쭈물 미사여구로 덮은 글은 문장의 독소다. 반
드시 잘라내야 한다. 이런 수정 고정은 많이 거칠수록 좋다. 그래야 묵은 김치처럼, 오래된 포도주
처럼 된다. 감칠맛, 부드러운 향기가 생긴다.
•옥 다듬듯이
마지막으로 옥을 다듬는 공정으로 가야 한다. 문장을 거친 끌로 파내어 다듬고, 부드러운 사포로
갈아주고, 가죽으로 반질반질 광을 내며 다듬어야 한다. 흔히 글 만드는 작업을 뼈를 깎는 작업이
라 한다. 구양수는 글을 지으면 벽에다 붙여놓고, 볼 때마다 고쳤는데, 완성되고 나면 처음의 것은
한 글자도 남지 않은 적이 많았다고 한다. 소동파는 적벽부(赤壁賦)를 지을 때, 그 글 초고가 수레
석대에 가득 했다고 한다. 두보는 시를 쓸 때, ‘나의 시가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쉬
지 않겠노라(語不驚人死不休)’고 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수필을 쓸 때, 고양이처럼 잡고, 암탉처
럼 품고, 고등어처럼 요리하고, 과메기처럼 말리고, 오처럼 광을 내라는 요구는 실로 간단한 요구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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